[좌충우돌 오가닉 마케팅 적응기 – 네트워크 체득]

오가닉미디어랩과의 홈스쿨링 중 모든 참석자가 월드비전의 아동후원이 가지고 있는 양상을 아주 적나라하게 발견하는 시간이 있었다.

‘자, 지금 월드비전의 모습을 한 번 그려볼게요. 겉으로는 후원아동의 사진으로 후원자와 수혜자가 연결되는 것 같은 구조이죠. 그런데 사실 월드비전의 안을 보면 후원금을 가지고 다양한 영역의 사업을 정해서 각 국가에 진행하고 수혜자에게 도움을 주는 모양새에요.’

후원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후원자가 아동사진 하나를 가지고 월드비전의 속사정까지 다 알 리가 없다. 자연스레 내 후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물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상태로는 우리가 처음 발견한 후원자의 Why. 즉, 돕고 도움을 받는 관계에서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으며 회복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모두의 마을에서는 누구는 안, 누구는 밖으로 나뉜 경계가 없이 누구나 돕는 방법들을 제안하고,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기반한다.

모두의마을_MVN
저널, 프로젝트, 빌리지로 이루어진 모두의 마을 네트워크

한 장의 사업기획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일은 경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서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참여자들이 모두의 마을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고, 어떤 행동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일까?

네트워크를 도출하며 우리 안에서 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 하나 정교하게 풀어나가야 할 실마리를 한껏 받아 든 느낌.
그 느낌으로 ‘맥락화(Contextualization)’ 작업이 시작됐다.

모두의 마을의 네트워크에서는 프로젝트와 저널(매개체)을 기반하여 제안하고, 지원하는 주민(노드)이 존재한다. 노드인 주민이 프로젝트를 ‘제안(Propose)’을 하거나 ‘지원(Support)’을 함으로써 이 네트워크는 시작된다.

오가닉미디어랩의 오가닉레서피에 의하면 컨텍스트의4요소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제안하다’와 ‘지원하다’의 행동을 발견/선택/경험/공유의 관점에서 더 쪼갤 수 있다.

컨텍스트의 4요소

윤지영 박사님은 이 부분에서 ‘인터넷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예시를 들어주셨다.

  • 발견(discover): 인터넷 서핑이나 광고 등으로 내게 필요한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발견의 단계
  • 선택(choose): 상품의 상세 내용을 살펴보고 필요한 상품을 사기로 마음 먹는 선택의 단계
  • 경험(experience): 선택한 상품의 물량, 개수 등을 입력하고, 결제를 하고, 배송 조회를 하고, 택배를 통해 상품을 수령하는 경험이 쌓여가는 단계
  • 공유(communicate): 내가 구매한 상품을 추천하고, 리뷰하며, 그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단계

우리는 이 4단계를 고려하며 주민이 제안과 지원을 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발견, 선택, 경험, 공유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아래는 그 결과로 나온 모두의 마을 맥락화(Contextualization)

모두의마을_맥락화
모두의 마을 맥락화: 모두의 마을에 주요한 링크를 컨텍스트의 4요소로 구체화하였다.

논의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기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누군가를 모두의 마을과 프로젝트에 ‘초대하는 행위’ 였다. 가만히 있는다고 누구나 모두의 마을을 찾아서 들어올 순 없기에 초대는 필수 조건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학습’이었다. 아무리 우리가 열심히 일해도 우리의 행보가 무엇인지 주민이 학습하지 않고, 마을의 이야기나 상황을 배우지 않으면 제안이나 지원은 발생하지 않게 된다.

구체화 된 것 같은데 얼마나 더 구체화해야 하나요?

행동이 완성되기 위해 단계를 쪼개보는 연습, 맥락화는 꽤나 분석적이고 절차를 잘 그리는 나에게도 (자랑인지 아닌지 본인의 MBTI 성향은 15년간 ESTJ를 유지하고 있고 그 중 TJ는 98%에 가깝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완성된 것만 같은 맥락화 장표를 윤지영 박사님에게 공유하면 끊임없이 질문과 생각해볼 점들이 나왔고, 그럼 우리는 한 단계 한 단계를 다시 보면서 더 구체적인 행동들로 수정해나갔다.
결국 우리 전담반 입에서는 맥락화 작업을 이보다 얼마나 더 구체적이고 뾰족하게 해야 하냐는 말까지 나왔다.

어느 정도 완성된 맥락화 장표를 가지고 오가닉미디어랩의 테이스팅 클래스에 참석했다.
우리처럼 홈스쿨링을 진행했던 다른 기업들의 맥락화 장표를 보니 정말 그림 그리듯이 그들의 네트워크가 설명되었다. 맥락화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12월 쿠킹클래스
12월 오가닉 미디어랩의 Tasting Class: 사례 발표로 모두의 마을 네트워크와 맥락화를 설명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테이스팅 클래스에서 돌아와 또 맥락화 장표를 수정했다.

한 20번을 고친 것 같은데 지금도 다시 보면, 시간이 주어진다면 끝이 없이 고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계속 고쳐나가야만 한다. 작은 테스트를 통해 각 단계를 확인하고, 보충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우리 앞에 남아있다.

아직도 헤매고 있지만 모두의 마을 주민들 모두가 우리가 준비하는 이 맥락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회복되어 가기를 희망하며 모두의 마을은 현재진행형 테스트 중이다.

 

2018. 2. 8
[모두의 마을] 김수지
yh0gog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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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오가닉 마케팅 적응기 – 1차 쿠킹 클래스를 마치고]

주말에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려 핸드폰 사진첩을 살펴보다 윤지영 박사님 사진을 발견했다. 지난해 2월 16일 최인아 책방에서 열렸던 오가닉 마케팅 출판기념 저자 강의 모습이었다. ‘아 맞다, 내가 사진을 찍었었지’ 사진 속에는 개념을 담은 슬라이드와 박사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거의 일년이 지난 2018년 1월 나는 쿠킹 클래스(Cooking Class)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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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쿠킹 클래스는 마치 빨간펜 선생님을 연상케 했다. 이것은 맞았고 이것은 틀렸다고 누군가 일일이 지적해준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플랜티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지 깨닫고 있었고 스스로 채점 아닌 채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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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의 의미가 무엇인지? 1차 사이클의 결과가 2차 사이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contextualization이 얼마나 중요한 지 등등은 모두 큰 배움이었다.  거기에 더해 쿠킹 클래스를 통해 두 가지 고민거리를 안고 돌아왔다.

쿠킹 클래스에 참여한 대부분의 분들은 현재 우리가 주제로 삼고 있는 베트남 응오꾸엔 주민들의 삶에 관심이 많지 않다. 그보다는 우리의 지향과 새로운 방식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크고 그것이 동기가 되어 [모두의마을]에 주민이 되고 있다. 월드비전 직원들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들을 계속 동기부여 시킬 수 있을까? 늘 현장의 스토리를 통해 후원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들인데 현장이 아닌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새로운 도전 과제이고 풀어야 할 첫 번째 고민거리였다.

쿠킹클래스 마친 이튿날 나름대로 찾은 첫 번째 고민은 두 가지 갈래의 답이 있는 거 같다. 하나는 우리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면서 한편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들에게 이것이 실제로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간이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관심이 사그라질 테니 가급적 빨리 사이클을 돌리며, 우리의 시도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 하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의 참신함과 진정성이 가장 핵심적인 매력요소이기도 하고 어차피 현장 스토리를 올린다 해도 매일 업데이트 될 정도로 많지 않으니 그 외 다른 콘텐츠는 우리 이야기 밖에 없기도 하다.

나는 월드비전 직원이다. 조직에 매인 사람으로서 이것이 월드비전에 정말 도움이 될 것인지,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프로젝트 참가자가 확신이 없다면 조직을 절대로 설득할 수 없기 때문에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이슈다.

염려는 뻔하다. 다른 기관이 벤치마킹 해서 더 금새 따라올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어떡하지? 월드비전은 글로벌 기관으로서 엄청난 네트워크와 인프라와 사업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에 한국사람들이 갖는 유연성과 근성을 발휘하기 힘든 많은 정책과 지침들, 다양한 문화적 차이들이 공존하는데 과연 우리는 경쟁력이 있을까?

그러나 스스로 답을 찾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정답인지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일단 현재까지 내가 찾은 답은 움켜쥔 손을 펴고 다른 이들과 손잡는 것, 더 큰 원을 그리는 것이다. 월드비전을 위해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 [모두의마을]은 모두의 것이 되어야 월드비전도 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월드비전 사업을 위해, 월드비전 모금을 위해라는 선을 긋는 순간 우리의 네트워크는 확장의 동력을 잃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기관의 한계를 넘는 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Marching off the Map의 역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좋다!

좋은데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운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