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ganic Journey] 1. 후원자는 누구인가?

뭐 그리 어려운 글이라고 이렇게까지 마음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고 지우기를 정말 수십 번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월드비전의 고민과 새로운 발견의 과정을 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글임을 고백합니다. 이 글 또한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더 의미있게 성장해가길 기대해봅니다.

월드비전14명의 직원들은 오가닉 미디어랩과 함께 지난 4개월 동안 우리의 고민들에 직면하여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그 답을 찾아왔고,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직은 작고 연약한 시작이지만 이 과정이 생명력있게 이어져가길 바라며 안과 밖의 경계없이 이 여정을 여러분에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고민의 출발점과 새로운 여정의 시작

1991년 한국월드비전은 도움을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 첫 걸음을 떼었습니다. 007 가방에 사랑의 빵과 후원신청서를 넣고 기회가 될 때마다 나눔을 요청하고, 기아체험 제안서를 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생명을 살리는 이 일에 왕거지가 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선배들이 있었기에 그 수고가 열매를 맺어 하룻 밤 사이에 1만명의 후원자가 생기고, 물질적인 보상이 없음에도 후원자 추천을 통해 한 해 몇 천명의 후원자가 생기는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의 열심만으로는 이전처럼 후원자 신뢰를 얻는 일도, 후원자를 새롭게 만나는 일도 녹록지 않습니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우리의 메시지, 사업보고를 통해 가슴 뛰는 경험을 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10년, 20년 후에도 월드비전이 존재할 수 있을까?’

2017년 8월 4일. 이러한 고민 속에서 오가닉미디어랩과의 홈스쿨링이 시작되었습니다.

[첫번째 홈스쿨링_2017년 8월 3일]

홈스쿨팅 첫째날

무엇이 문제인가?

1950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태어난 월드비전.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더 나아가 그들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월드비전의 존재 이유였기에  그 일을 위해 월드비전은 많은 자원이 필요했고 최선을 다해 모금했습니다. 그 모금이 씨앗이 되어 사업장 주민들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 변화를 만들어가는 지역개발사업이 꽃 피었습니다. 스리랑카 섬머아일랜드 사업장을 시작으로 이제 정말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된 자립마을 1호, 2호, 3호… 가 생겨났고 앞으로도 생겨날 것입니다.

월드비전은 나름의 열심으로 후원자들에게 사업 결과를 보고하고 변화 스토리를 전달해왔습니다. 후원자도 감동을 받고 보람있는 일을 하신다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요. 물론 월드비전을 통해 생산, 전달되는 소식과 스토리가 후원자가 받을 수 있는 경험, 컨텐츠의 대부분이었던 과거에는 이 기대가 어느 정도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이자 하나의 미디어인 지금의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후원자가 원하는 경험, 월드비전에 기대하는 바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몰라주실까?’ 서운해하고, 후원자들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무엇을 믿어야 하나?’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간극을 메우고 후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오가닉미디어랩과의 홈스쿨링을 시작한 것이지요. 그런데 워크숍의 회차를 거듭하면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진짜 문제는 다른 데에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후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문제의 발견

처음에 겉으로 드러나는 후원자들의 목소리는 이랬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제대로 돕고 싶어요”, “기부는 하고 싶은데 내 돈이 제대로 쓰일 지 신뢰가 안가요”, “기부단체들의 차별성을 모르겠어요”,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것만 믿을 수 있어요”, “후원! 괜히 뿌듯하고 누군가가 이런 나를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WV-Donners-Side-OrganicMediaLab
월드비전이 수혜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명확하며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후원자에게 제공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왜 제대로 돕고 싶은지…왜 신뢰할 수 없는지… 왜 경험한 것만 믿을 수 있는건지…도대체 그 경험이란 무엇인지? … ‘왜_why?’ 라는 질문을 반복하며 답을 찾기 위해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2017년 여름의 끝자락, 홈스쿨링의 과제와 씨름했던 직원들 모두 하나의, 뜻밖의 ‘후원자 문제정의’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보다 본질적인 질문이었는데, ‘우리의 후원자는 누구이며,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였습니다. 이 문제정의로부터  모든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월드비전이 수혜자 측면에서 가꿔온 명확하고 풍성한 가치에 비해 후원자 측면은 빈약했고 물음표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 뿌리에는 상하고 깨어진 후원자들의 삶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돌아보기 쉽지 않은 팍팍한 오늘의 일상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일상 속에도 나, 가족, 이웃, 그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원합니다.  누군가는 연결된 관계 속에서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기쁨, 행복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끊어지고 깨어진 관계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입니다.  깨어진(상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하지만 깨어진,  끊어진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막막하기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원자의 문제를 이렇게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가치, 삶의 가치를 찾고 싶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싶다.’ 

월드비전의 존재이유, 나의 존재이유

후원자 문제가 정의되자 월드비전의 존재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후원자들의 끊어지고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시키고 서로 연결되도록 돕는 통로’. (*물론 수혜자들을 위한 월드비전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기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문제를 정의하고 다시 또 한 번의 소동이 홈스쿨링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있었습니다. 우리가 찾은 후원자 측면의 문제 정의가 월드비전에서 일하고 있는 저희 한 사람 한 사람의 그것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월드비전을 선택한 저희가 얻고자 하는 것은 세상의 부, 권력, 명예도 아닌 좀더 가치있는 삶을 사는 것이었습니가. 나의 가치, 삶의 가치가 이 안에서 날마다 발견되기를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삶에 풍성한 기쁨, 행복을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현재 가난한 사람들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일에 모금, 사업, 행정… 각각의 기능적인 역할로 존재하고 있지만 저희에게도 이 가치들을 찾고 연결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단순한 문제정의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대신 해주고, 전달해주고, 제안된 참여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의 체험없이는 깨달을 수도 찾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무엇으로 이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저희가 찾은 해결책을 공개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

 

<다음 글>

 12. 30. 2017

월드비전 이은희

email: eunhee_lee@worldvision.or.kr

 

*이 글을 읽고 공감하셨다면, 모두의 마을 주민이 되어 주세요.

글쓴이: 이은희

평소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데 마음에 뜨거움이 불어오면 용기와 도전 정신으로 충만해진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르완다 학살 사태 기사를 접하고 쓰레기처럼 버려진 아이들의 생명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치가를 꿈꾸다 국제관계학 수업에서 월드비전을 운명처럼 만났다. 입사 초기, 월드비전-기업-디자이너가 파트너십을 이루어 나눔의 가치가 담긴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수익금을 저소득가정 아이들의 꿈을 위해 기부하는 나눔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 과정을 통해 사업 현장과 후원자간 변화의 브릿지(Bridge)를 만들어가는 비영리마케팅의 매력에 빠졌다. 마케팅부서에서 기업 CSR협력 담당자로 10년 넘게 일했고, 현재는 나눔기획팀에서 마케팅부서 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돕는 직무교육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2017년 나의 변화를 만들어준 오가닉여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발견, 선택, 경험, 공유하기를 꿈꾸며 모두의마을에 함께 하고 있다. Email: eunhee_lee@worldvisi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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